시작
방학 중, 학교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부산로봇경진대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대회는 여러 종목으로 나뉘었는데, 그중에서 고등학생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은 '미션 투 마스'와 '인공지능 로봇 창작'이 있었습니다. 저는 '인공지능 로봇 창작'이 더 맞는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신청이 마감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미션 투 마스' 종목에는 참가자가 거의 없었고, 지난 대회에서는 8명이 상을 받았다는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그저 참가만 해도 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대회의 규칙도 읽지 않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대회는 개인전이었지만, 혼자 준비하기에 부담이 있어 친구 김규민과 함께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개인전이었지만, 협력하여 함께 상을 받자는 계획이었습니다.
계획
방학 동안 다른 프로젝트와 중요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대회 규칙은 간간히 읽는 정도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규칙은 로봇의 크기 제한이 25cm x 25cm x 25cm이고, 경기장은 계단이 있는 구조였으며, 원판을 많이 뒤집는 사람이 승리하는 토너먼트 방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계단의 높이가 10cm이고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바퀴 지름을 25cm로 만들어 계단을 그냥 넘어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판 뒤집기는 차치하고 일단 이동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3D 설계는 김규민에게 맡겼고, 등교 후 학교에서 바쁜 일정 속에 수요일쯤 시작했습니다. 김규민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3D 설계를 해주었고, 저는 아두이노를 사용하여 펌웨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두이노와 스테핑 모터를 이용해 빠르고 저렴하게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김규민이 만들어준 바퀴 V1 - 무게가 너무 무겁고 중간의 홈이 덜 파져서 디자인 교체
김규민이 만들어준 바퀴 V2 -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무게가 가벼움 아무튼 Good
고민
통신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아두이노 우노는 기본적으로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모듈이 없어 DB나 블루투스를 이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블루투스 모듈과 적외선 모듈 중 고민했지만, 크기와 로봇에 고정하는 난이도가 다 달랐기 때문에 평소 많이 사용해본 적외선 모듈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다른 팀들이 과연 본인의 실력으로 로봇을 만들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이 직접 모든 과정을 거쳐 로봇을 만들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키트를 사용한다면, 일반적으로 적외선 센서와 리모컨을 통해 로봇을 조작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상대 로봇을 제어하는 디바이스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규칙을 찾아보니 통신 방법은 자유였고, 통신 방해로 인한 불이익은 참가자가 감당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상대 로봇의 적외선 신호를 방해하는 디바이스를 추가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문제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로봇의 바퀴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모터의 성능을 과대평가한 탓이었습니다. 문제를 발견한 시점은 대회 하루 전, 밤 11시였습니다. 급하게 수정할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결국, 김규민에게 상황을 알리고 적외선 방해 디바이스만 준비한 채 잠에 들었습니다.
대회 당일, 김규민과 함께 남은 시간을 활용해 로봇을 정비하려고 일찍 만났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로봇은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밥을 먹으며 그냥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결과
대회는 기대에 비해 너무 허무했습니다. 총 7명이 참가했지만, 1명은 기권했습니다. 나와 김규민은 심사위원님께 사정을 이야기하고 구경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 5명이 모두 같은 로봇을 가져왔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었지만, 대화를 들어보니 모두 같은 학원 출신이었고, 학원에서 제작한 로봇으로 서로 조종 실력을 겨루고 있었습니다. 가장 황당했던 건, 이들이 자신이 만든 로봇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상은 받지 못했고,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이번 경험에서 가장 화가 났던 것은 학원에서 온 학생들에게 비웃음을 당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대회의 '미션 투 마스'에 관한 정보를 구글이나 파이어폭스에서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학원에서 준비한 로봇으로 경쟁하는 학생들에게 패배했다는 점이 저 자신에게도 화가 났습니다
끝
이번 부산로봇경진대회는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우선,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규칙을 철저히 읽고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또한, 로봇 제작에 있어 기본적인 하드웨어와 통신 방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도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사전에 인식하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자들이 준비해온 '정답'이 모두 같다는 사실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이는 오히려 나의 독창적인 접근 방식과 창의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도전에서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철저히 준비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 속에서 배움을 찾는 자세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